1990년생부터 국민연금 못받는다고 하는 이유
국민연금 개혁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불안한 뉴스가 나옵니다. 주로 국민연금이 고갈관련 뉴스입니다. 특히 얼마전 국민연금 재정추계외원회가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내놓으면서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이를 보고 젊은세대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어차피 나는 받지도 못할텐데, 왜 국민연금을 내야 하냐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이 2040년 1755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감소해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5년 전에 했던 '4차 재정추계'때보다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이 2년이나 빨라진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고 경기가 둔화될 것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같은 전망은 인터넷 공간에서 1990년생부터는 연금을 한푼도 못 받는거 아니냐며 원성이 들끓었습니다. 그럼 왜 하필 90년대 생일까요?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지급개시 시점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2055년은 1990년생이 만 65세로 수령 자격이 되는 해입니다. 따라서 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되었다는 말이 나온 것이죠. 네티즌들 뿐 아니라 언론들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돈만 내고 한 푼도 못 받게 된다'는데 누가 국민연금을 내고 싶을까요? 이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국민연금 납부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텐데요, 그러면 사회보험의 근간이 흔들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막연한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면 오히려 연금개혁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진짜 한 푼도 못 받나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의 보도자료가 촉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세대가 나올 수 있으니, 국민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가 나온 시기가 하필 대선 직전이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기 충분한 내용이었고, '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받는다'는 내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널리 인용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관하기에는 이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예상치는 현행 국민연금 체계를 앞으로도 아무런 변화 없이 쭉 유지할 경우를 가정한 예상치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체계는 보험료율은 월소득의 9%,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면 이 수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수지를 점검하고 장기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 조정 등이 포함된 '운영계획'을 짭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보험료 체계가 앞으로도 수십년 계속 똑같을 것이라는 가정은 실제와는 맞지 않는 것이죠.
실제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차례에 걸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3%에서 9%로 올리고 수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까지 낮췄습니다.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조정을 해 온 것이죠. 거의 10년에 한 번씩 조정을 한 것인데요, 하지만 이후 15년이 넘는 동안 국민연금에 대한 추가 개편은 없었습니다.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 각층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시행이 되지는 않았죠.
그리고 국민연금은 사실 국가가 주체로 운영하는 공적연금으로 설령 고갈된다고 해도 국민이 국민연금을 납부하고도 못받는 상황은 국가부도 사례밖에 없다고 합니다. 즉,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국가가 지속하는 한 국민연급은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내용은 법률로도 명시가 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국가가 연금지급을 보장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원천은 국가의 지급능력이지 기금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의 시산결과 국내총생산대비 연금지출 비율은 2023~2088년까지 4차와 비슷했고, 2093년에 8.8%로 나왔는데 이는 기금이 소진된 이후에도 우리나라 연금 지출은 국민경제가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부는 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보험료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재정투입을 늘려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은 "기금이 고갈되어 재정이 투입될 경우, 그것은 세금봊기 정책이니 연금 정책이 아니"라면서 국민연금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에 아무런 행동이 취해지지 않아 조금은 과격한 표현으로 보도자료를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는 어떻게 국민연금을 주나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는 어떻게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을 줄 수 있을까요? 연금 재정 방식을 바꿔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매년 걷은 기금을 운용하는 '적립식'이지만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걷어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건강보험처럼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의 재정으로 메꾸게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보다 먼저 연금제도를 도입한 대다수의 유럽국가들도 적립된 기금이 없어도 부과식으로 문제없이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럴 경우 현재 9%에 불과한 보험료율이 2080년에는 3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하네요. 기금이 빨리 소진될 수록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재 인구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커지게 합니다.
따라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초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에 맞춰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는 '황금비율'을 찾는데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의미있게 하는 지점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빈곤노령 인구가 세계 그 어느나라보다 많은 우니나라이기에 그 절실함은 더 큰 것 같습니다. 부디 최적의 지점을 찾아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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